제 1세계에서의 나날2
도시중의 도시, 뉴욕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 동부에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친 와중에도 연말연시를 맞은 뉴욕은 관광객들로 붐볐습니다. 폭설과 매서운 겨울 바람을 뚫고 하염없이 맨하튼을 돌아다닌 기록을 정리합니다.
# 박물관 – 비싸거나, 붐비거나
제가 유별난 뮤지엄러버임을 감안하더라도, 뉴욕에서는 정말 많은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실외온도가 영하 15도에 가까울 때에는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큼 좋은 대안이 없었지요. 두번이나 방문했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유사이래 발달한 서양미술의 거의 모든 양식을 구경했습니다. 금요일의 무료입장 시간을 틈타 찾았던 모마에서는 엄청나게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피카소와 모네를 봤고요, 비싼 입장료와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위주 전시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로 붐볐던 구겐하임 미술관의 독특한 구조도 기억에 남습니다. 뉴욕에 눈폭풍이 몰아친 날에는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거대한 공룡뼈와 하늘에 매달린 고래를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여러 박물관 중에서는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잔뜩 볼 수 있었던 휘트니미술관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뜻 봐도 미국의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과 설치예술을 잔뜩 보고 돌아왔지요. 뉴욕에서 단 하나의 미술관을 가야 한다면 단연 휘트니미술관을 추천하겠습니다.
# 타임스퀘어 볼드랍 – 최고이거나, 최악이거나
눈도 많이오고 기온도 뚝 떨어지는 뉴욕은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12월 31일일 밤 새해 전야에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되는 카운트다운 행사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겨울 여행지로 만들어주었죠. 31일 오후, 수많은 사람들과 추위에 시달릴 걱정에 타임스퀘어를 갈까말까 한참이나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저와 동생은 그날 저녁에 6번가 근처를 서성이다가 우연히 인파에 섞여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이 언뜻 보이는 7번가 53번 street까지 꾸역꾸역 들어가게 됩니다. 전광판에 보이는 타임스퀘어의 열기와 다르게, 그곳은 무대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고요하고 추운 곳이었습니다. 길 가운데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핫팩에 의지해 오들오들 떨기를 네시간여. 2014년을 여는 카운트다운 행사는 순식간에 20초만에 끝났습니다. 저와 동생은 굶주린 배를 붙잡고 겨우 저지시티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컵라면에 누룽지를 부어 먹으며 새해를 축하했습니다.
# 아는척 그만두고 파워 블로거따라 삼만리
뉴욕에 도착한 저는 중국을 떠난지 6개월만에 갑자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은 아시아 사람들을 만나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최근 중남미에서는 ‘희귀한 동양여자’의 지위로 현지인 및 서양 여행객들의 관심과 환대 속에 여행을 다녔는데, 갑자기 ‘one of 수많은 흔한 한국여자’가 되고 나니, 동생이 뉴욕으로 날아오기 전까지는 홀로 군중속의 고독을 곱씹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더군요. 게다가 이번 여행에서 지금까지 다녀온 동네들에 비하면, 뉴욕에 관한 포스팅은 네이버블로그에 정보가 넘치고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뉴욕에 관한 포스팅을 한동안 미루어 왔지요. 한편, 동생이 온 후에는 함께 파워 블로거따라 삼만리를 다니며 가는 뉴욕 곳곳마다 이곳이 한국인지 미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향의 향기를 물씬 맡고 다녔습니다.
# 미드 속 한 장면 같은 경험도 있었지
워낙 볼 것이 많은 곳이라 관광지 위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나름 유니크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볼리비아에서 만났던 뉴욕 출신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운좋게 가족 식사 모임에 초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친구의 부모님, 삼촌, 고모, 이모 부부, 친구 남동생, 동생의 여자친구까지 있는 자리에서 모두가 아주 스스럼없이 격의없는 농담을 던지며 밥을 먹는데, 저로서는 미드나 영화에서 보던 장면 속에 들어가있는 느낌이었지요. 친구의 어머님을 비롯한 외가 친척들이 프랑스 출신인 탓에, 영어와 프랑스어가 어지럽게 오가는 자리였습니다. 프랑스 와인에 취해 얼굴이 빨개지신 중년 아주머니들은 “너 정말 귀엽게 생겼구나~ 그런데 네가 온 세계를 여행했다고??”하면서 저를 예뻐해주셨지요 으히히. 헤어질 시간이 되어 모두가 양 볼에 뽀뽀를 하며 작별인사를 하는데, 저도 중남미를 도는동안 이런 문화에 조금 적응이 되어 얼추 남들 하는대로 따라할 정도는 되었네요.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까지만 해도 과한 스킨십에 안절부절 못하곤 했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입니다.
# 그 외 생각나는 키워드들 두서없이…
음식 / 세렌디피티, 사이공그릴, 바네사’s 덤플링, 마그놀리아 컵케익, 첼시마켓의 랍스타, 오프 샌드위치를 팔았던 센트럴파크 근처의 빵집, 한인 델리에서 먹었던 우동과 비빔밥, 스타벅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 원스, 맘마미아 (위키드 로터리에 도전하러 가서 수많은 한국인들을 봤던 기억도)
명소 /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센트럴파크, 하이라인파크, 첼시마켓, 자유의여신상, 소호, 차이나타운, 코리아타운 등등
숙소 / 연말연시 버프로 맨하튼에는 숙소 구할 엄두도 못 내고 퀸스와 뉴저지에 묵으며 지겹도록 PATH와 지하철을 탔던 기억들


이쁨받으면서 쑥스러워했을 민지의 모습이 상상됐음. 기요미 ^ ^
돌아오면 언니도 이뻐해줄게요, 남은 일정 즐겁게 무사히!
ㅋㅋ한국사람 정서로는 직설적으로 과하게(?) 칭찬하는 미국사람들 문화가 넘 민망민망 하더라고요ㅋㅋ
이글의 핵심내용은 “너 정말 귀엽게 생겼구나” 이군 ㅋㅋㅋ
내 동생도 카운트 다운때 타임스퀘어와 1-2km 는 떨어져 있었는데도 한참 기다렸는데 땡하고 끝나서 너무 허무했다고 하더라 ㅎㅎ 심지어 그 해엔 싸이랑 무도팀 있었는데 얼굴은 커녕 목소리도 안들렸다고…
역시 예리한 ㄱㅈ…응 여하간 정말 허무함 ㅋㅋ 소리 하나도 안들려! 우리나라같으면 커다란 확성기 설치해놓고 멀리서 소리라도 들을 수 있게 빵빵 틀어줬을 텐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