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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로 서른이 되는 해, 미국에서 박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20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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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꿈꾸기 시작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나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지난 여름 연차를 모으고 모아 떠난 터키여행에서 열기구를 타고 카파도키아의 하늘을 떠다니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입사를 앞두고 떠난 유럽에서 매일 다리가 부러지도록 박물관을 돌아다니던 나날들, 교환학생 때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나 도미토리에서 친구를 사귀었던 기억이 차례차례 떠오릅니다. 조금 더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리면, 학교 도서관에서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빌려읽고선, 반정부군과 사랑에 빠지는 그녀의 영웅담을 친구와 조잘거리던 10대 시절이 있었습니다. 새로 일기장을 사면, ‘죽기전에 하고싶은 일: 스페인어 배우기, 남미 여행, 시베리아횡단열차 타고 유럽가기’ 와 같은 리스트를 거침없이 써내려가던 그때부터, 저는 이 여행을 꿈꿔왔습니다.

그래서인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 걱정, 불안으로 가득찬 시간을 보냈음에도, 막상 퇴직면담을 진행하던 날에는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나는 원래부터 이 여행을 떠나기로 정해져있었고, 그 때가 찾아와 자연스레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저의 여행준비과정과 여행기를 공유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여행을 마칠 쯤에 이 블로그에서 아직 끝을 맺지 않은 한편의 ‘성장소설’을 찾고 싶습니다. 일기장에 여행해보고 싶은 나라 이름을 차곡차곡 쓰던 ‘어제의 나’가 모여,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는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 지금 저의 선택이 또다른 예측불허의 ‘내일의 나’를 만들어나가겠지요. 이 여행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세계일주의 소망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자, 또 다른 꿈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그 시간을 지구 반대편에서 함께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2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