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촌놈들 유럽에서 운전하기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 미네소타 주 인구의 76%는 백인이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독일계라고 생각한다. 우리 앞 집과 옆 집에도 독일 사람들이 산다. 산이 적고 평지가 이어지는 첫 도시 뮌헨과는 자연 풍경조차 비슷하다. 언뜻 보면 집과 비슷해 보이는 여행지에 도착해서, 우리는 어리숙한 미국 촌 놈 티를 있는 대로 팍팍 내고 다녔다.

미국에서의 운전 경험을 생각하며 덜컥 자동차 여행을 결정한 것부터가 그랬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미국 교외 지역에 사느라 집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선 항상 자동차를 타왔다. 그렇기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3대가 함께 3주 가까이 이동을 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무조건 차를 렌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차를 픽업하자마자 이게 현명한 결정이었나…? 를 의심하게 되는데, 우리 부부와 아이의 세명분 짐을 싣고 나니 트렁크가 이미 꽉 차버린 것이다. 이틀 후 밀라노에서 부모님을 만나 성인 2명의 짐을 더 실어야 하는데 당황스러웠다. 차 스펙을 확인해 보니, 유럽형 모델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파는 모델에 비해 차 길이가 15cm가량 작게 출시되고 있었다. 남편과 부모님, 아이만 차로 이동하고 나는 다음 여행지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가서 합류하는 방법까지 진지하게 검토했다. 결국은 부모님께 짐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와 달라고 부탁드린 후 어찌어찌 재 분배해 싣고 다니기는 했지만, 여행 내내 차에 조금이라도 틈이 나는 곳에는 작은 짐을 쑤셔 넣고, 트렁크에는 천장까지 가방을 가득 실어 백미러는 전혀 확인을 못하는 채로 이동해야 했다.

차가 작아서 어떻게 여행을 다니나 걱정 속에 퓌센 호텔에 도착했더니, 이번엔 차가 너무 커서 호텔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고 공용 주차장으로 가라고 한다. 타이트한 주차장 상황을 보며 차가 작게 만들어져 출시된 이유를 곧바로 이해했다. 여행 초반 우리는 유럽의 주차 상황에 익숙해지지 못해 제법 고생을 했다. 다음날 스위스로 넘어가기 전 들렀던 국경 도시 린다우에서는 결국 제대로 된 주차장을 찾지 못하고 구도심 일대를 헤매다가 구경을 포기하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시내를 둘러볼 때엔 목적지를 도심 근처의 주차장으로 설정하는 버릇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국경을 넘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변해 있는 톨비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생각지 못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독일 뮌헨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가는 길에 우리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거쳤다. 그중 오스트리아 구간은 언제 진입하여 언제 나가는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짧은 구간인데, 고속도로 요금을 내지 않고 가다가 적발이 되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썰이 있다. 그것도 모르고 이미 이곳을 지나온 우리는 오들오들 떨며 여행 기간에 해당되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요금을 홈페이지로 납부하였다. 참고로 독일은 고속도로 요금이 없었고, 이탈리아에서는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동전으로 계산하면 된다.

이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동차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최대한 누렸다. 어, 저 길 따라 올라가면 풍경이 왠지 좋을 것 같은데 하고 들른 이름 모르는 동네, 우연히 마주친 식당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 고속도로 휴게소에 모인 엄청 큰 트럭 구경에 여념이 없는 어린이, 당일의 컨디션과 관심거리에 맞는 유연한 여행 스케줄 조정. 우리가 다음에 유럽에 올 일이 생겨도 또 자동차를 렌트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여행 막바지에 가서 다시 하는 것으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