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만난 사람들 – 중국 샹그리라
고민끝에 minjiontheroad.com 의 도메인을 1년 더 연장하기로 마음먹고, 아직도 못다한 여행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지금까지의 기록이 여행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면, 이제는 그 곳에서 저와 함께 길을 걸었던 다른 여행자와 그 곳에서 만났던 현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3년 6월 25일에 김포공항을 떠나 도착한 첫 여행지는 중국이었습니다. 베이징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운남성의 성도인 쿤밍까지 간 후, 따리, 리쟝의 고성 도시를 거쳐 이름부터 아름다운 ‘상그리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요근래 외국에 여행을 가보신 분들은 중국인 여행자를 굉장히 많이 만나셨을텐데, 중국인 여행객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나라는 단연 중국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방학 때 유럽여행을 하듯, 중국 대학생들도 열심히 방학을 틈타 자국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중국에선 어느 호스텔에 묵어도 외국인 여행객보다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훨씬 많이 보입니다. 상그리아에서 묵었던 호스텔에도 저밖에 외국인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중국인 비슷하게 생긴 데다 어설픈 중국어까지 쫑알대고 있으니, 몇몇 친구들이 근처의 호수가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에 저를 끼어 줬습니다.
샹그리라 고성에서 시외로 나가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나파하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건기에는 초원으로, 우기에는 호수로 바뀌는 곳입니다. 항주에서 온 두 친구와 베이징에서 온 언니, 저 이렇게 넷이 나파하이를 한바퀴 돌고 오기로 하고 야심차게 숙소에서 출발. 자전거를 잘 못타는 저는 몹시 힘들어하며 꾸역꾸역 일행을 쫓아갔습니다. 절반 쯤 호수를 돌다가, 어디 밥먹을데가 없을까 하고 호숫가의 작은 촌락에 들어갔습니다. 티베트불교식 깃발장식이 아름답게 드리워진 마을 광장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십니다.
붙임성좋은 항주출신의 쩡용빈군이 할아버지께 접근합니다. 담배를 권하며 몇마디를 나누는데, 중국 서남쪽 운남성에서도 깊숙한 시골마을에 와서인지, 할아버지의 중국어 보통화 실력이 저보다도 못합니다. 그래도 진심은 다 통하는 법이라, 우리가 할아버지를 해칠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정도는 금방 알아보신 모양입니다. 쩡군이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는 동안 저는 지친 다리를 잠시 풀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십니다. 할아버지가 차 한잔 대접해주신다고 집으로 저희를 초대해 주신겁니다.
집에 들어가 가족 사진도 보고 불교 제단도 기웃기웃 구경하는동안, 할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한 차를 준비해주십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큰 방 가운데에 난로가 있고, 난로옆에 있는 대나무통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으십니다. 뜨거운 물과 찻잎, 야크젖으로 만든 버터, 소금을 넣고 막대기로 대나무통 속의 재료를 열심히 빻으십니다. 연세도 있어보이시는데 근력이 좋으시네 생각하고 있는데, 한참 제조에 몰두하시던 할아버지가 한마디 툭 던지십니다. “너희가 와서 이렇게 해주지, 평소엔 저걸로 해.” 할아버지의 손짓을 따라가보니 믹서기가 놓여있습니다. 다들 빵터져서 즐거운 마음으로 차를 기다립니다.
열심히 수작업으로 만들어주신 작품이었건만 맛은 솔직히 영 아니올시다였습니다. 짭잘한 버터와 뜨거운 차가 섞였으니 물에는 기름기가 동동 뜨고 입속이 느글느글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매의 눈으로 테이블 위를 살피시다가, 찻잔 속의 수위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찰랑찰랑 차를 리필해 주십니다. 그 와중에 이걸 전혀 안마시는것도 예의가 아니고, 전라도 집안에 시집장가온 외국인이 귀한 손님이라고 홍어를 대접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상상하며 꾹 참고 마셨네요. 정체를 알수 없었던 분말에 차를 살짝 따른 후 손으로 주물주물 반죽을 해서 떡처럼 만들어 차에 곁들여 먹는게 이곳 방식인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에 물티슈 뭉치가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처음 먹어본 낯선 음식이 안 맞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차로 인한 느글거림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 저녁으로 먹었던 맵고 얼큰한 사천식 훠궈 때문일까요. 그날 전 밤새 설사에 시달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샹그리라에서 쿤밍까지 이어진 12시간의 버스여행이 걱정이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화장실이 급해져도 그것대로 곤란하고, 설령 휴게소 정차 타이밍을 잘 맞춘다 하더라도 중국의 휴게소 화장실은 여러모로 정말 최악이거든요… 혹시나 화장실을 가야할까봐 걱정이 된 제가 밥도 안먹고 골골거리고 있으니, 버스 옆자리의 중국여인이 하루종일 저를 보살펴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너 진짜 몸이 안좋은거 아니니? 얼굴이 새파래!”라며 소리칩니다. 알고보니 리쟝 길거리에서 2천원인가 주고 샀던 파란색 에어베개에서 빠진 물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은 것. 이렇게 메이드인차이나 제품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에어베개는 애지중지 잘 보관하여 남미여행까지 잘 썼습니다.


이런 글이 더 좋다 ㅎㅎ 종종 올려주
리스트는 꽤 많이 적어놨는데.. 과연 부지런하게 올릴수 있을까? ㅠㅠ 아무래도 여행을 하고 있지 않으니 여행기 쓰기가 심드렁하네..노력해볼게 ㅋㅋ!!
하긴 나도 다녀오니까 여행기 쓰기 귀찮다… 그래도 넌 부지런하니까 할 수 있을거야! ㅋㅋ
하이 민지! 반갑다. 나도 사람이야기가 더 재밌고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좋다 좋아^^
어? 익명으로 달렸네. 엄마다^^
ㅋㅋ엄마 안녕! 1주일에 한편씩은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역시 실패.. 한달에 두편으로 목표 조정해봅니다 ㅋㅋ
왠지 업뎃 주기가 등비수열이 될거같은…..
공비가 1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ㅋㅋ
– 이상 유럽가서 적은 기록을 2년이 되도록 컴터로 못옮긴 1인 ㅠㅜ
등비수열 ㅠㅠㅋㅋㅋ 그럼 9편과 10편 사이에 20년의 텀이 생기는건가??! 죽기전에는 다 써야할텐데 ㅋㅋ
ㅋㅋㅋ 언니 오랜만에 생각나서 왔는데 재밌게 읽었어요! 설사약은 드셨는지 ㅠㅠ 담날 고생이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