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시티에서는 운도 좋아라

멕시코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하루종일 느긋하게 해변에 누워있다가, 호스텔에서 저녁에 술 한 잔 마시며 전해들은 정보에 의존해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경로를 결정했던 유카탄 반도에서의 나날과 달리, 최근에는 이 곳에서 3일, 야간버스로 이동 후 저 곳에서 3일 하는 식으로 꽤나 빡빡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여행의 마지막 시간은 호수를 메우고 세워진 거대한 도시 멕시코 시티에서 보냅니다. 이곳까지 오는 길은 운이 좋았습니다. 이야기는 이슬라 무헤레스에서 노닥거리며 지내던 몇 주 전으로 돌아갑니다. 섬의 유일한 호스텔에서 일본인 여행객 한 명을 만났습니다. 백인 여행객들로 북적북적한 호스텔에서 유일했던 아시아 여자 두 명은 모처럼 즐거운 대화 상대를 만나 수다수다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스라엘 남편을 만나 멕시코시티에서 살고 있다는 글로벌한 마유코언니는, 너그럽게도 멕시코시티에 오면 자기 집에 머물러도 된다고 제안을 해 주셔서 저를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트리셨지요. 멕시코시티에서의 공짜 숙소를 보장받은 후 저는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여 오아하까에 도착합니다. 오아하까의 호스텔에서는 우연히 멕시코 시티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만났습니다. 마침 그 분들이 멕시코시티로 돌아가는 일정이 제가 시티로 가려고 했던 날짜와 딱 겹친 덕분에, 아주 사치스럽게도 자가용을 편안히 얻어타고 가는 호사를 누렸네요. 오아하까에서 멕시코 시티까지 가는 길에 펼쳐진 산간 풍경도 너무너무 아름다웠답니다.

멕시코 시티는 2천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입니다. 아즈텍문명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본디 호수위에 떠 있던 섬 도시였는데,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즈텍 신전을 부수고 그 잔해로 호수를 메워 도시를 확장했지요. 물이었던 곳을 땅으로 만들었으니 지반이 약한데다, 멕시코 서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자주 몰려오다보니 유명한 주요 건축물들을 찾아가보면 바닥이 기우뚱, 벽이 비뚜룸한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페인’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크고 화려한 식민시대풍 건물, 커다란 현대식 빌딩과 넓은 녹지, 테오티우아칸 같은 엄청난 규모의 피라미드 유적, 멕시코 전역에서 파낸 유적이 모인 인류학 박물관 등 볼 것이 너무너무 많아서 3일을 빠듯하게 보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프리다칼로가 살았던 푸른 집(Casa Azul)과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가 걸린 국립궁전. 이 커플의 작품을 보기 위해 멕시코시티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요. 마지막 날에는 멕시코인이 가장 사랑하는 성녀 과달루페가 출현했다고 알려진 언덕에서 현지인들의 종교적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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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오티우아칸, 해의 피라미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한 말레이시안 관광객.. 흰옷 입었더니 얼굴이 더 까매 보이네요@_@ (2) Casa Azul, 프리다와 디에고 여기에 살다 (3) 숙박비는 떡볶이 및 김치전으로 갈음 (4) 디에고리베라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국립궁전의 벽화 (5) 과달루페 성모 언덕에서 보이는 멕시코시티의 풍경 (6) Casa Azul 내부, 프리다의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