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마추픽추
아름다운 도시 쿠스코에 와 있습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잉카제국의 도시를 허물고 잉카 시대의 석축 위에 유럽식 성당을 세웠습니다. 잔인한 침략과 정복의 역사일지언정, 두 문명의 평화롭지 못한 만남이 묘한 매력을 가진 여행지를 탄생시켰습니다. 여행사, 식당, 호스텔, 기념품 샵이 어지러이 얽혀있는 골목길 사이로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라마를 끌고 다니며 여행자들과 사진을 찍습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길 바닥에는 촘촘하게 돌이 깔려있습니다. 쿠스코의 돌길은 사라진 제국 잉카의 흔적을 찾아 쉼없이 이어지는 여행자들의 발길로 반들반들 닳아 있습니다.
쿠스코를 지나치게 상업화된 관광 도시로 생각할만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지인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 없고 외국인들로만 넘쳐나는 비싼 여행자용 식당 메뉴는 그렇다쳐도, 호스텔 벽면을 가득 채운 요가 스튜디오 광고에는 헛웃음만 나옵니다. 이곳이 ‘인디오’들이 세웠던 거대 제국의 중심지니까, 대충 ‘인도’에서 건너온 요가와도 분위기가 맞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유럽/미국인들의 기이한 오리엔탈리즘적 상상이 무식한 방향으로 표출된게 아닌가 괜시리 삐딱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여하간에 사람들이 쿠스코를 찾는 이유는 잉카의 흔적을 찾아서이고, 그 중에서도 쿠스코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잉카 제국의 마지막 도시 ‘마추피추’를 가기 위해 여행자들은 이곳에 들릅니다. 마추픽추로 가기 위한 여정은 멀고 어렵고 비쌌습니다. 일단 마추피추와 가장 가까운 마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려면, 쿠스코 혹은 둘 사이 중간 지점의 ‘오얀따이땀보’라는 도시에서 기차를 타야되는데, 이 기차가 겁나 비쌉니다. 특히 저처럼 일정을 미리 계획하지 않고 그때그때 닥치는대로 표를 사는 사람은 싼 표가 다 매진된 후라 중급 이상 기차표를 살 수 밖에 없는데, 왕복 기차비로만 150불이 들었습니다. 마추피추 입장료는 또 얼마나 비싼지, 게다가 입장 쿼터까지 있어서 70자리 남아있는 표를 겨우 구했습니다. 일요일이라 직접 구매가 안되어 여행사에서 수수료까지 물었더니 이게 또 훌쩍 6만원을 넘깁니다. 그리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마추피추까지 가는 버스가 또 왕복 2만원. 뾰루퉁해져서 기차를 탔는데 커피와 아침식사, 스낵이 제공되어 그나마 마음이 좀 누그러졌네요. 역시 사람은 ‘뭘 마이 멕이야’ 되나봅니다…
마추픽추행 기차는 쿠스코를 떠나 첩첩산중 계곡 속으로 들어갑니다. 높이가 해발 수천미터에 이르는 안데스의 젊은 봉우리들 사이로 들어가면 창 밖으로 봉우리 꼭대기가 안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페루레일에서는 천장에도 창을 뚫어놨습니다. 산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옆으로 돌릴게 아니라 위로 들어야합니다. 한참 산길을 지나 산골짜기 시골마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하면, 버스를 타고 본격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 올라가다보면, 산 밑에서는 전혀 짐작도 못했던 위치에 돌로 만든 커다란 도시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찾지 못해 1911년까지 숨겨져있던 잉카의 마지막 요새 ‘마추피추’입니다.
실물로 맞닥뜨린 마추픽추에는 사진과 동영상은 절대 복제하지 못하는 강력한 오리지날의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는 높은 봉우리 위에 마을을 만든 셈인데, 여기서 봉우리 크기와 높이를 강원도의 네다섯배로 뻥튀기 해야 합니다. 봉우리의 산비탈에는 촘촘히 계단식 농경지를 만들고, 가운데의 다소 평평한 구간에는 신전과 광장을 조성했습니다. 이는 물 흐르고 농사 잘 될것 같은 비옥한 땅에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들다가 세워지는 대부분 고대 도시들이 가진 입지조건과는 정반대입니다. 현대인들이 밝혀내지 못한-혹은 상상하지 못한 치밀한 목적과 계산을 가지고 땅의 각 부분의 쓰임새를 설계한 곳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너무나도 웅장한 자연풍경을 많이 봐와서, 인간이 만든 조형물에 이토록 경외감을 가질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마추픽추를 익히 들어 알고있던 저도 실물을 보고 이렇게나 놀랐는데, 1911년에 이곳을 발견한 미국 역사학자는 얼마나 심장이 멎는듯한 충격을 받았을까 상상해봅니다. 마추픽추에서 발굴된 유물을 5천점인가 5만점인가 예일대학으로 싣고가서 100년째 안 돌려주고 있는건 괘씸한 일이지만요…
놀랍고 신비로운 곳입니다만 사실 마추픽추를 구경하던 하루는 졸리고 춥고 축축하고 힘들었습니다. 11시까지 마추픽추 전망을 볼수 있는 산에 입장해야 하는 표를 샀는데(그거밖에 안 남아서…)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입장 시간에 맞추려고 고산지대를 전력질주 했더니 심장이 터지는줄 알았습니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났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부족할 줄이야. 그리고 산꼭대기이니만큼 날씨 변덕이 심해서, 산 중턱까지 올라가니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마주합니다. 판초를 얼른 꺼내입었지만 운동화 속은 금새 질퍽질퍽. 비가 그치고나니 바람이 쌩쌩 불고 손발은 시렵다 못해 마비가 올 지경이고, 마추픽추 내부에서는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으니 배는 고프고. 몸이 피곤해 죽겠는데 오얀따이땀보발 쿠스코행 버스운전기사 아저씨가 연신 하품을 하며 아슬아슬하게 졸음운전을 해서 덜덜 떨며 한숨도 잠을 못잤네요.
여하간 이날의 결론은 혼자 좋은거 보러 다녀서 죄송합니다.

컁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오 ㅎㅎ
옆에서 얘기듣는 기분. 종종 들를테니 매일매일 ㅎㄴ레이다를 돌리고 계시오!
호잇 마주가 마주픽주글에 등장하였군!!! 페루에 오니 ㅎㄴ사정이 좀 나아졌다ㅋㅋ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니 기대가 된다능
마주픽주 ㅋㅋㅋㅋㅋㅋㅋㅋ
ㅎㄴ 사정이 나아졌다니 궁금해 궁금해 ㅠㅠ
위에서 내려다본 마추픽추의 풍경 신기하네. 직접 저 마을로 들어가 볼수도 있었는지?
오마니신가? 네 물론입니다! 마을에 들어가보면 정교하게 수로가 파져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계단이랑 통로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신기해요.
컁~사진 짱짱!
서울에 있는 나에겐 너무나 현실감없는 사진이얌 ㅋㅋ 보고프다옹 ㅠㅠ
다녀온 나에게도 현실감없는 사진이얌 ㅋㅋ 서울에서 잘 지내고 있지? +_+ 이제 조만간(?) 한국 간다잉.. 그때보쟈구..!! 그나저나 마주픽주 드립을 이해해주는 댓글이 하나쯤 달리길 바랬는데 기쁘다 ㅋㅋㅋ
와이프(HJY) 추천으로 재밌는 글들 많이 읽고, 힐링합니다^^* 4년후 남미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잘 참고하세요. 남은기간 건강히 즐거운 여행되세욤~~
오타네요… 잘 참고할께요^^*
와와+_+ 안녕하세요! 알콩달콩 신혼생활 재밌게 보내시나요~ 나중에라도 궁금한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한에서 성심성의껏!!알려드릴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