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의 반환점을 돌아

우수아이아 까지 갔으니 더이상 남으로 갈 길이 없습니다. 조금 더 따뜻한 계절에 왔더라면 비싼 돈을 내더라도 남극투어에 도전하는 옵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북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LADE라는 이름의 저가 비행사를 골랐더니 탑승시간 20분 전이 되도록 카운터에 사람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와중 마침내 나타난 직원은 비행기가 미뤄진 사정을 속사포 같은 스페인어로 알려주며(내가 알아들은 말은 “12시 체크인” 뿐이었지만) 코팅 용지에 매직으로 번호를 쓱 써서 보딩패스라며 건넵니다. 1.5L 물병을 그냥 통과시키는 허술한 시골 공항 검색대를 지나, 천장에는 물이 떨어지고 의자시트를 비상시 튜브로 사용하라고 써 있는 원가절감 정신이 투철한 소형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는 아르헨티나 전역의 공항에 다 들렀다 갈 기세로 떴다 내렸다를 반복했는데, 그 와중에 칼라파테 공항을 지나며 상공에서 피츠로이와 엘찰텐 토레스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만은 좋았습니다. 안데스 산맥을 배 밑에 깔고 한참을 북쪽으로 날아오다가 도착한 곳은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바릴로체’입니다. 다 온 줄 모르고 멍하게 앉아있다가 승무원이 알려줘서 겨우 내렸네요. 계속 앉아있었으면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도는 그냥 갔으려나…

바릴로체의 그 유명한 1004호스텔에 왔습니다. 한인민박집이라고 오해 받을법한 이 이름은 호스텔이 빌딩의 1004호 방에 있어 붙여졌습니다. 10층 창밖으로 보이는 눈덮인 산과 호수, 언덕에 지어진 아기자기한 건물 풍경이 오성급호텔 수준입니다. 훌륭한 경치가 보이는 넓은 거실에 한없이 늘어져있고 싶은 편안한 소파가 가득합니다. 내가 호스텔을 오픈한다면 꼭 이런 곳으로 만들고야 말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참고로 요즘 다시 사진 업로드가 뜸해진 이유는 카메라 렌즈가 망가져서입니다ㅠㅠ… 렌즈 외통이 미세하게 찌그려져서 카메라 전원을 켜도 렌즈가 튀어나오지 않네요… 다음주 산티아고 정도까지 가야 해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아쉬운대로 폰카로 찍은 사진 몇장 첨부합니다.

2013-09-23 15.43.01
우수아이아 비글해협 투어 중 풍경. 펭귄 비슷한 새(??이름이 카마론인가 뭐시기여던거 같은데 지식인 등장 요청), 오른쪽에는 갈매기 비슷했던것 같은 하얀새들, 전경에는 하품중인 보노보노. Sealion은 보기에는 귀여운데 가까이가면 좀 냄새남

2013-09-23 16.29.03
비글해협 투어에서 본, 세상의 끝 등대라고 알려졌으나 사실은 아니라는 등대. 가이드는 정직했다.

2013-09-25 09.59.42바릴로체 1004호스텔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