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배고파를 외치다
지구 최남단에 있는 마을 우수아이아에 와 있습니다. 이 곳까지 오는 멀고도 긴 여정을 소개합니다.
토레스델파이네에서 내려온 18일,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상점가가 온통 칠레 국기의 색깔인 빨강, 파랑, 하얀 색 술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가게들은 문을 많이 닫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로부터 묘한 흥이 느껴집니다. 한국에선 추석이었던 18-20일의 3일 연휴 동안 칠레에서도 독립기념일과 국군의날을 기념하는 휴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19일, 푼타 아레나스로 넘어오니 영업을 안 하고 있는 가게가 더욱 많습니다. 문 연 레스토랑을 겨우 찾아 들어갔더니, 문 닫기 20분 전이라는 말에 사정사정해서 저녁을 사 먹었을 정도입니다. 빨리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추천에 먹었던 seafood soup가 꽤 맛있는 ‘해물탕’이어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비싼 칠레 물가에 분통을 터뜨릴 뻔 했습니다.
연휴 기간이라 그런지 20일에 우수아이아로 떠나는 버스 표는 이미 매진입니다. 하루 늦은 21일 표를 사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상점은 모두 문 닫고 사람들은 자리를 비우는 텅 빈 작은 마을에서의 생활을 하루를 더 연장하려니 당장 생존의 문제가 닥쳐옵니다. 값싼 쵸리빵(빵에 구운 소세지를 끼운 것)가게도,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길래 차라리 호스텔 주방에서 음식을 해먹으려 하는데, 이런 슈퍼마켓마저 문을 닫았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오후가 되니 맛없고 비싼 관광객 대상 음식점 중 문 여는 곳이 조금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21일, 푼타 아레나스에서 리오그란데를 거쳐 우수아이아로 가는 버스가 오전 9시에 출발했습니다. 남미 대륙에서 마젤란 해협의 가장 좁은 부분을 건너 티에라 델 푸에고로 가는 길, 항구에 배는 보이지 않고 차들만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가만히 정차해 있는 버스가 흔들거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붑니다. 강풍 때문에 해협을 건너는 배가 못 뜨는 모양입니다. 항구에서 두어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배가 와서 겨우 바다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밤 열시가 넘어서야 호스텔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버스에서 하루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배가 미칠듯이 고픈데, 버스 안 그 긴 시간을 잠으로 보냈음에도 수면욕이 식욕을 이깁니다. 굶주리고 피곤한 가운데 비글해협 투어 신청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건만, 다음날 역시 바람 때문에 배가 못뜬다고 해 투어가 취소되었습니다. 덕분에 박물관도 상점도 문을 닫은 주말을 하루 더 심심하게 보냈습니다. 다행히 우수아이아부터는 다시 아르헨티나라 먹고사는데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흐흐. 그나저나, 이제는 약간의 무료함을 참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세상의 끝’ 마을에서의 여정에 잘 어울린다고 느껴집니다.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로 넘어오는 지난 3일간 저도 인내심 넘치는 어른으로 성장했나봅니다.

요즘 인터넷 창에 m 을 치면 내 블로그보다 너 블로그가 먼저 뜬다…
칠레가 더 밥이 비싼가?? 반대일거 같았는데 신기하네…; 이젠 남미에서 어디로 갈 예정이니??
응 칠레가 더 비싸당ㅎㅎ 아르헨티나는 외환시장이 엉망진창 되어가지구, 암환전소에서 어둠의 환율을 적용받아 돈을 바꾸면 꽤나 싸게 여행다닐 수 있어….
음 한동안은 남쪽으로 쭉 내려왔으니 한국으로 천천히 돌아가려면(?) 열심히 다시 위로 올라가야지!
외환시장이 왜 엉망진창이 되었고 암환전소가 더 싼지 궁금하군. 암환전소는 뭐 먹고 사는 거지(…) 위로 올라가면 멕시코 미국 캐나다 이런곳 가나? 다음 여행기를 기다리고 있을께 ㅋㅋㅋ
어려운문제이당ㅋㅋ 내가 알기로 아르헨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를 번갈아가면서 적용했다고 하는데… 근데 고정환율을 하면 물가안정은 가능해도 아르헨 페소가 적정보다 높은 가치로 매겨져서 수출경쟁력 하락 -> 수출 진작을 위한 페소 가치 떨어뜨리려니 변동환율로 돌아가면 수출품 가격이 올라가니 인플레이션 발생, 그러니 다시 달러에 페깅(고정) 이런 악순환을 계속 반복, 그 과정에서 아르헨 페소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니까 사람들이 자산을 달러로 보유하기를 원하고 그러니까 페소 가치는 더 떨어지고 정부는 달러가 없고, 그래서 최근에는 자국민의 달러인출을 못하게 하고 수입품 하나당 무조건 수출을 해야하는 극악무도의 정책을 도입했다던데, 그러고보니 달러가 필요한 경제주체들이 암환전상을 통해서 여행자들한테 비싸게 달러를 사는거지. 내 입장에서는 페소가 무지싸짐.. 공식환율은 1US$에 5.5~6AR$인데, 암환전은 8~9AR$씩 주거덩… 내 설명에서 틀린부분도 있겠지만…여하간 추가로 내가 좀 짜증나는건 여하간 이런 아르헨의 경제파탄 알고리즘을 우리나라 보수언론(과 무지한 진보성향 언론)에서 무조건 페론시대의 복지정책,포퓰리즘 탓으로 돌리는거ㅋㅋㅋ아주 단순하게 복지 재원마련을 위해 국채를 많이 발행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해도 저런 미친 환율정책 쓴게 더 문제인데 그런 지적을 찾기가 진짜 어렵다능…
하긴 그리스 경제위기도 유로존 통합되면서 환율조절이 안되서 경제위기가 심화된 측면도 있고 스페인도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경제가 힘든데, 그런 측면은 다 무시하고 단순히 남유럽의 게으름과 지나친 복지/연금 포퓰리즘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는 기사를 예전에 봤는데 비슷한 문제인가.
어쨌든 암 환전상이 그렇게 싸다는 걸 알게 되서 신기하다 ㅋㅋ 만약 가까운 시일내에 남미를 갈 일이 생긴다면………. 참고할게 ㅋㅋ
역시 경제학도라능….
으헹… 그런건 아니구 전에 발표수업을 한적이 있어서…ㅋㅋ
잘츠부르크에서 먹을거 미리안사놓고 공연보러갔다가 그날굶었던 (웨하스하나 ㅜ) 게 생각나네요 ㅎㅎㅋ 24시간먹거리가 넘당연한 서울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정말아무데서도 먹을걸 구할수없다는게 패닉이었다능ㅋㅋ!! 아르헨 페소 흥미롭군요!
유럽은 저녁시간에 상점들이 칼같이 문 닫으니까 정말 힘들었겠다 ㅎㅎ 그러고보면 1년 365일 새벽 한시에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참 좋은나라….인걸까?? 어찌보면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참 고달픈 나라인것 같기도하고…@_@ 참고로 아르헨티나는 24hr open이라고 써놓고 문 닫혀있는 상점이 종종 보여서(특히 오후 1-4시쯤 시에스타 시간에), 1주에 24시간만 연다는 뜻이냐고 툴툴거리며 다녔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