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뽀르떼냐

긴 여행을 하다보면 관광 위주의 일정에서 벗어나 필요한 물건도 사고, 숙소에서 짐정리도 좀 하고, 휴식도 취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베이징과 코펜하겐, 함부르크에서 그랬듯,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포르테뇨/포르테냐는 항구사람들 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을 부르는 애칭입니다. 저도 짝퉁이지만 포르테냐 흉내를 내며 도시를 돌아다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유럽에 가까운 나라입니다. 길거리 사람들의 피부 색이 브라질에서 보던 것 보다 한층 희어졌다는 점을 쉽게 느낄수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불릴만큼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반듯반듯한 바둑판 모양의 블록들, 넓은 대로의 귀퉁이가 대각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도 모양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계, 스페인계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탓에 여성 여행자들은 철저하게 Lady first의 특권을 누리며 다닐수 있습니다. 귀여운 아르헨티노로부터 볼을 맞대고 쪽 소리를 내는 인사를 받아서 부끄부끄해지는 경험도 할수 있고요. 으헤헤…

아르헨티나는 여행하기 좋은 곳입니다. 물가가 싸고, 안전하고, 볼거리가 많고, 맛있는 음식이 많습니다. 육식주의자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라 할만한데, 우리 돈으로 만원~만오천원 정도면 꽤 분위기좋은 레스토랑에서 질좋은 소고기 스테이크 한접시를 아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노르웨이 편의점에서 차가운 샌드위치와 커피 정도 겨우 먹을 돈이었어요 T_T…) 체감 물가를 이 정도로 낮추려면 환전을 은행이나 공식 환전상이 아닌 길거리의 암환전상에서 해야 합니다. 산마르틴 광장 귀퉁이에서 시작되는 번화가 플로리다거리를 걷다보면, 관광객들에게 ‘깜비오, 깜비오, 달러 체인지’라고 중얼거리는 수상한 아저씨들이 여기저기 서 있습니다. 이들을 따라가면 아저씨들의 얼굴만큼이나 수상하게 생긴 사무실이 나오고, 그들이 서랍에서 낡은 페소를 잔뜩 꺼내 환전을 해줍니다. 공식 환율 대비 거의 두배 가까이 많이 주기 때문에 왠만큼 양심적인 부자가 아니고서는 암환전의 유혹을 떨치기 힘듭니다. 대신 돈을 받으면 위폐 감정용 펜으로 선을 긋거나, 불빛을 비춰봤을 때 위폐 방지용 그림이 드러나는지 한장한장 확인을 해봐야 하지요.

이곳은 우리나라와 계절도 정반대, 시차도 정반대입니다. 시간은 오전과 오후만 바꾸면 되고, 날씨는 3월 초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아르헨티나 남쪽의 추운 동네로 떠날 것에 대비하여 패딩 잠바를 하나 장만했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직 꽤 쌀쌀한 탓에 벌써 입고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비수기에 떠나는 남쪽 여행이 초큼 걱정이 되네요. 어쨌든 저는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는 대만족입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