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리우, 올라 브라질

올라!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브라질 발음으로는 히우 지 자네이루)에 있습니다. Rio de Janeiro, 1월의 강(River of January)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이 해안 도시는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불쑥 빵처럼 솟아올라있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평한 땅 위에 콘크리트 건물만 댑따 지어진 상파울로에서 시드니,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는 곳으로 왔으니 이곳이 아름답게 보일법도 한데, 워낙 흉흉한 소문을 많이 들은 탓에 잔뜩 마음이 졸아들어 있어서인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래도 브라질의 첫 도시였던 레시페에서 숙소 밖으로 나설때마다 덜덜 떨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네요.

어두워진 후에는 길거리를 걷지 마라, 짐을 들고 이동할 때에는 택시를 타라, 등과 함께 론리플래닛에서 강조하고 있는 브라질 여행 안전 수칙 중 하나가 “절대 favela에 들어가지마라”입니다.  favela가 무엇인고 하면,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살고 있는 도시의 빈민촌을 일컫는 말인데 우리말로는 ‘달동네’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 도심에서 발생하는 건축 쓰레기를 모아 대충 지은 집들이 언덕위에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어지러이 전선과 파이프가 이어지고, 생뚱맞은 곳에서 계단이 튀어나와 문과 문을 연결합니다. 리우의 경우 1930년대 해안절벽의 숲과 농장 사이에 들어서기 시작한 허름한 주거지역이 도시화를 거치며 급속히 팽창하였는데, 오늘 다녀온 Rocinha favela의 경우 20만명이 모여사는 아주 거대한 규모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DSC03109

바로 이렇게요. 사진으로 보시면 감이 오시려나 모르겠습니다.

favela의 꼬불꼬불하게 얽힌 골목길은 전문 가이드의 도움 없이는 찾아 나오는것이 거의 불가능한 미로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마약거래상과 갱의 지배 아래에 놓인 법치사회 바깥의 공간입니다. 마약상들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탓에 벽에 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도 눈에 띕니다. 그런데 론리플래닛에서 절대로 가지말라고~가지말라고~하던 무서운 동네를 다녀오다니, 강도를 만날까 두려워 사진 찍기도 포기하고 카메라도 안 들고 다니던 제가, 브라질 음식 일주일 먹고 갑자기 간이 커지기라도 한걸까요. 그건 아니고 바로 favela를 구경하는 것이 또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론리플래닛에서는 favela tour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travel agency가 해당 favela를 지배하는 갱들과 커넥션을 맺고 있기에 이러한 투어가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제가 참여한 투어의 가이드는 이런 투어 상품들이 favela의 구성원들이 갱, 마약과 이어진 지하경제에서 벗어날 유인을 제공하고, 보육원과 같은 공공시설 및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favela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아이들의 길거리 공연, 지역 상점, 보육원 등에서의 구매 및 기부를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갱들의 활동비로 쓰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쨌든 색실 팔찌도 사고, 만두도 사먹고, 춤추고 북치던 아이들에게 동전도 나눠줬습니다. 여담이지만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통과 깡통을 두드리던 피부 까만 아이들의 리듬감은 정말 놀랍도록 뛰어나더군요…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코앞에 두고 발등에 불떨어진 브라질 정부가 Rocinha favela 곳곳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놓은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호스텔 favela tour 홍보 포스터에 써 있는데로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었지만(대부분의 거부민들은 무표정 혹은 화난 듯한 얼굴로 우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어둠의 세력의 지배하에 있던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엿보였다랄까요.

DSC03078 DSC03119

favela 지역 너머 저편으로 해변가에 위치한 고급 맨션과 아파트들이 보입니다(사진 왼쪽). favela는 브라질 사회에 존재하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이며, 불평등한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결코 적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과연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favela 개선의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여, 거주민들을 마약, 갱과 연결된 악순환의 고리에서 끊어내고, 아이들에게 좀더 밝은 미래를 선사할 수 있을지요(사진 오른쪽, 낮잠자는 보육원의 어린이들).

무서운 도시 리우를 벗어나려니, 볼거리 많은 이곳을 보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시간이 아쉬우면서도 좀더 안전한 공간으로 갈 생각에 안도감이 함께 밀려옵니다. 다음에 이곳에 올 때 쯤에는 리우의 치안도 favela 아이들의 생활도 조금 더 나아져있길 바라봅니다.

이쯤 글을 마무리하며 드는 질문. 요즘 한국 사회는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