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에서의 하룻밤

혹시나 이 블로그의 업데이트를 기다리셨던 분들께 잠시 설명. 중국에 있는 내내 워드프레스 접속이 차단되어서 페이스북도, 이곳도 제대로 업데이트를 못했습니다. 댓글은 주소를 사 놓은 덕분에 확인 및 작성이 가능했는데, wordpress.com 주소가 필요한 로그인은 되지가 않아서… 프록시우회 등 다른 방법을 시도는 해 보았으나(ㅅㅈ님 감사) 잘 되지 않아 그냥 중국을 떠나게 되는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이곳 몽골은 그다지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아 조금 더 상황이 나은 동네에 가거든 그간의 밀린 여행기(와 여건이 된다면 사진도) 업데이트 하도록 할게요.

여하간 여차저차하여 저는 지금 몽골 울란바타르에 와 있습니다.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후 하룻밤을 기차역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둘째날에는  울란바타르 근처의 테렐지 국립공원으로 1박2일 투어를 떠났습니다. 혼잡한 시내를 빠져나오고 나니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연속입니다. 우리 투어 일행을 싣고 떠난 차는 오래된 러시아제 11인승 지프인데, 승차감이 아주 좋지 않아서, 울란바타르에서 국립공원까지의 두시간은 월미도 디스코팡팡을 실컷 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텔레토비 동산같은 초원으로 뒤덮인 완만한 산지가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위산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어느새 테렐지 국립공원에 들어온 것입니다.(물론 그 전에 공원 입장료를 징수당하기도 합니다만..) 아름다운 강과 초원이 산과 함께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 텐트와 게르(몽골 유목민들의 이동식 집)캠핑장이 보입니다. 사실 이곳은 많은 울란바타르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는 곳이라 문명과 완전히 차단된 고립감은 느끼기 힘듭니다. 그래도 초원을 가득채운 야생화와 곳곳을 거니는 말떼, 소떼, 양떼들, 말이 통하지 않는 몽골 주민들, 그들이 내놓는 양고기 만두, 짭짤한 밀크티, 불켜놓은 게르를 습격하는 거대한 모기떼 등에서 제법 목가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투어에 포함된 내용으로는, 가는길에 거대한 징기스칸 동상 구경(참고로 이곳 사람들은 동상매니아입니다. 시내 곳곳에도 동상이 무지무지하게 많습니다.), 현지인들의 게르 기웃기웃하기(평면TV 등 좋은 가전이 가득함), 말타기, 근처 사원 구경, 말똥을 피해 조심조심 산길 산책하기, 양 가죽 벗기기 및 양 내장 손질 장면 구경하며 식사하기 등이 있었습니다만,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게르에서 보내는 하룻밤이었습니다. 산지여서인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날씨가 꽤 추웠습니다. 그래서 밤에는 게르 중심에  놓여진 난로를 피워야 했는데요, 열기가 장난이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며 찜질방에 온듯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잠자리에 든 후에는 순식간에 불길이 사그러들고 점점 기온이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는 결국 그다지 깨끗해보이지 않았던 침구 속에 들어가 오들오들 떨면서 잠에 들었습니다. 출발할 때 가져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는데, 게르캠핑 하실 땐 침낭을 가져가시는 게 역시 좋을 것 같습니다.

한층 더 꼬질꼬질해진 얼굴로 다시 문명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갓 도착했을 때에는 허름하게만 보였던 울란바타르 시내가 갑자기 아주 최첨단의 기술로 가득찬 곳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