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의 첫날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울란바타르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일찍 북적이는 북경역으로 가 힘들게 구한 몽골행 국제열차에 올라탔습니다. hard sleeper를 산 탓에 흔한 중국 기차처럼 3층짜리 침대칸일 줄 알았는데 푹신한 2층짜리 침대칸이라 대 만족이었어요. 몽골 기차를 탄 탓에 승무원들이 모두 몽골인입니다. 벌써 다른 나라로 여행가는 기분이 물씬 납니다.

30시간의 기차 여행은 생각보다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늘어져서 한숨 자다가, 깨서 창밖을 보다가, 컵라면 하나 데워먹고 전자책으로 장편 러시아 소설을 읽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그러는 와중에 창밖 풍경은 산에서 물로, 또 들판으로 바뀌고 어느새 해가 저뭅니다.

아홉시 쯤에는 출국심사 및 기차 바퀴 교환을 위해 두세시간 정도 중국의 국경도시 얼롄에서 하차합니다. 차에서 먹어치운 식량을 보충하고, 잠시 바깥 바람도 쐬는 시간입니다. 기차는 열두시가 가까워져 움직이기 시작하고, 다시 몽골의 국경도시 자민우드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새벽 세시가 다 됩니다.

잠에서 깨고 나면 드문드문 게르가 흩어져있는 광활한 몽골의 초원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윈도우 배경화면이 눈앞에 뙇!하고 나타났다는 표현으로, 지인들에게 이 심경을 전했습니다.

울란바타르는 아직 개발될 여지가 많은 가난한 도시입니다. 한국에서 십수년을 달렸던 낡은 중고차들의 종착지가 이곳입니다. 낯선 키릴문자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버스를 잘못 탔다가 물컹물컹한 몽골 아저씨, 아주머니들 사이에 끼여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수흐바타르 광장에서는 며칠 후 시작될 나담 축제를 준비하는 어린이들의 군무를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몽골에서 보낼 얼마안될 시간이 벌써 아쉬워지는 기분입니다.

 

#오늘의 이동은 베이징-울란바타르 K23호 열차( 30시간), 울란바타르 20번 시내버스

#오늘의 숙소는 울란바타르 LG Guest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