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훈련 중인 아기와 여행하기

이탈리아까지 가서 좋은 풍경 구경하는 이야기 할 시간에 뭔 어린이 똥 싸는 이야기를 쓰게 되어 랜선너머 독자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 조금 든다. 원래 어린이와의 여행과 여행지에서 육아하기는 동의어니 참아주시라…

아기가 생후 3년간 보이는 성장 속도만큼, 아기와 함께 여행하는 방식도 빠르고 다양하게 바뀐다. 우리 집 아기의 경우에는 생후 2개월에 장거리 이사를 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일찍 여행을 경험하게 되었다. 첫 아이라 안 그래도 아기 돌보기에 미숙한데 그걸 집도 아닌 공간에서 하려니 하나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아기 침대부터 분유포트까지 짐을 무지무지 많이 챙기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가득히다. 그러다가 돌이 지나면서 분유를 끊고 어른과 함께 음식을 먹게 되면서 여행이 조금 편해진다. 아기가 울타리를 넘을 만큼 커 여행 물품 중 가장 큰 무게를 담당하던 이동식 침대까지 포기하고 나면, 제법 가뿐한 짐 싸기가 가능해진다. 아이와 같은 침대에서 자느라 몸이 찌뿌둥한 건 매한가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 우리는 또 다른 육아/여행의 변곡점을 맞았다. 바로 배변 훈련이다. 여행을 시작할 때 즈음 어린이는 집이나 어린이집에서 아기 변기는 편안하게 사용해도, 외출 시 어른 변기에서 볼일을 보는 건 여전히 어려워했다. 어른 변기에 끼울 수 있는 이동식 변기 시트와 접이식 발받침을 챙겼지만, 3주가량의 긴 여행을 거치며 배변 훈련에 퇴행이 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긴 비행시간과 낮잠과 밤잠 사이클이 바뀌는 시차 적응 기간이 특히 힘들었다. 여행 초반, 연이은 실수로 빨래 가방이 일찌감치 꽉 찼다. 할 수 없이 어린이를 설득해 입기 싫어하는 기저귀를 억지로 입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행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전환되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탓에 어린이 육아 및 발달 상황에 대해 잘 숙지가 되어있지 않으셨던 조부모님 두 분은, 어쩐지 어린이의 배변 훈련이 다 끝난 상태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시작하셨다. 아이를 원래 대소변 잘 가리는 아이로 대접해 준 게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때맞춰 화장실 가기를 싫어하던 어린이는 오랜만에 만나 낯선 할머니 할아버지의 제안에 거부를 잘 못했고, 무서워하던 어른 변기에도 그럭저럭 적응을 하게 된다.

마침 본격 돌로미티 여행이 시작되면서 생활 리듬이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돌로미티 서쪽과 동쪽 지방에 위치한 마을 오르티세이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각각 3박을 했다. 오전에는 아름답고 다채로운 알프스 산악 지형을 구경하기 위해 케이블카나 푸닌쿨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선 산장에서 점심을 먹거나 가벼운 하이킹을 한 다음 돌아와, 오후에는 숙소에서 수영을 하거나 시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규칙적으로 바뀐 생활 습관과 여러 어른들의 전폭적인 관심 및 지지 속에서 어린이의 배변 훈련은 큰 진전을 보였다. 특히 아버님은 어린이의 ‘쉬’ 한마디면, 주차 자리에 진입하느라 아직 움직이고 있는 자동차에서 뛰어내려 우거진 수풀 속으로 어린이를 들고뛰는 열정을 보여주셨다. 코르티나담페초로 숙소를 옮기던 날, 우리는 숙소 진입로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는데, 그날 어린이는 연신 배가 아프다면서도 노래를 크게 부르며 20분 가까이 응가를 참아내는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어린이의 배변 훈련 상황은 조금은 백스텝을 밟았다. 어린이집에선 아무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옆에 딱 붙어 계실 때만큼 챙김을 받긴 어려우니까 이해가 간다. 인간이 변기에 앉아서 볼일 보는 법 가르치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도 다음 여행 짐 쌀 땐 기저귀 분량이 확 줄어들어 있을걸 떠올리면서, 다시금 작은 인간 기르기의 보람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