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룸에서 툴툴대는 이야기
여행을 다니다보면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동네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안 가는 곳이 있고, 반대로 별로 볼것도 없는 동네인데도 정이 들어 한참을 머물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묵었던 코주멜 섬이 바로 후자의 경우로, 마지막 날 저녁 숙박비를 정산하다가 8일이나 호스텔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화들짝 놀랐지요. 딱히 섬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닌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연유로 이곳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되었나 되새겨 봅니다. 뻔하지만(^^) 역시 ‘사람’이 답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과 좀처럼 친해지지 못하는, 비사교적이고 냉랭한 분위기의 호스텔에도 굉장히 자주 묵게 됩니다. 하지만 코주멜에서는 오랜만에 여행자들끼리 같이 밥도 해먹고 저녁도 맥주도 한잔 기울일만한 훈훈한 기류가 흐르는 호스텔에서 묵는 행운을 누렸지요. 다이빙을 목표로 온 나홀로 여행자들이 유난히 많기도 했고, 유머러스한 오지랍퍼 주인님이 잘 챙겨주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호스텔 주인님이 소개해준 다이빙 선생님도 잊을수 없는 분이지요. 30년 전 한국인 요리사가 만들어준 빨갛고 매우면서 새콤한 소스에 새우를 찍어먹었던 좋은 기억이 있으시다길래, 작별 선물로 특별 초장을 제조해 드렸습니다.
코주멜을 떠나 도착한 곳은 플라야델카르멘 남쪽에 있는 ‘툴룸’으로, 바닷가에 있는 마야 유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멕시코가 여행하기 좋은 이유는 캐러비안해를 끼고 있는 훌륭한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아즈텍, 마야 문명과 같은 ‘인문환경’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 첫 마야 유적지를 볼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툴룸으로 향했습니다. 페리와 버스를 갈아타고 툴룸에 도착하니 땀이 좔좔좔 흐릅니다. 코주멜에 있을 때엔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해가 아주 쨍쨍합니다. 평소답지 않게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도착한 탓에 버스터미널 근처의 허름한 호스텔에 들어가 방을 살펴봤습니다. 호스텔이 영 썰렁하고, 영어를 거의 못하는 주인 아저씨의 태도도 썰렁하기 그지 없습니다. 날씨는 덥고, 동네 크기는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에 혹해 방을 잡았습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조식불포함에 자전거 렌트도 안해주고 에어콘도 없는 전형적인 ‘싼게 비지떡’ 방이었네요. 정보비대칭은 배낭여행객을 울게합니다.
호스텔에서 툴룸 마야유적지까지 거리는 약 2km. 걸어갈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선글라스 낀 운전기사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거부할 수 없는 택시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편히 차를 타고 갔는데도 더위를 먹었는지, 혹은 페리에서의 배멀미 여파가 남았는지, 머리가 핑글핑글 돌고 입안이 마릅니다. 비싼 택시비와 입장료를 지불했으니 열심히 판넬도 읽고 사진도 찍어야지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오랜 세월과 바닷바람을 견뎌낸 고대인들의 웅장한 건축물이 한낱 돌무더기로만 보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려 유적을 뒤로 하고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파도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바닷바람을 받으니 정신이 좀 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고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잎사귀가 빽빽한 나무 아래 비를 피해보지만 굵어지는 빗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네요. 결국 홀딱 젖어서 호스텔에 터덜터덜 돌아왔습니다. 지금 있는 호스텔의 유일한 장점인 빠른 wi-fi를 이용해 내일 옮길 숙소를 맹렬히 검색했습니다. 근처에 cenote라고 하는 지하동굴 지형이 볼만할 것 같기는 한데, 괜히 툴룸에 하루 더 묵기 싫어져 칸쿤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툴룸은 루트상 한번 더 지나갈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후퇴합니다.
사진은 비오기 전 화창한 툴룸 유적지. 아름다운 캐러비안해를 비추는 따사로운 햇살에 현기증이 났습니다.


툴룸에서 툴툴… ㅋㅋㅋ cenote에서 다이빙한번 해보고 가야지~
항상모바일로 댓글남기다가 컴터로 남기니 익명이 되었군…
근데 다이빙 느무 비싸요 ㅠㅠ 그래도 cenote구경하러 다시 툴룸 가기는 갈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