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울란바타르
테렐지 국립공원으로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7월 11일은 몽골 최대의 명절 ‘나담 축제’의 첫 날이었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 남쪽에 위치한 큰 경기장에서 개막식 및 씨름, 궁술, 승마 대회가 펼쳐집니다. 입장권 따위 구하지 못한 저는 하루종일 TV에서 방영되는 경기장 실황을 호스텔에서 지켜볼 뿐이었지만요. 시내는 썰렁하고, 상점과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으며, 문을 연 식당에서도 아주 한정된 메뉴만을 주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길거리에 국기를 달고 지나가는 차량들에서 겨우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운좋게 나담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 나담 일정에 맞춰서 열리는 모린크후르(Morin Khuur) 앙상블의 Beautiful Mongolia 공연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상하이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몽골에서 온 친구가 한 명 알고 지냈는데, 때마침 이 친구가 몽골에 귀국한 타이밍이어서, 저를 이 콘서트에 초대해 준 것입니다. 수흐바타르 광장 옆 문화 궁전에서 친구와 4년만의 감동의 재회를 하고, 공연장에 입장을 했습니다. 모린크후르는 말의 소리를 흉내내어 만들어진 두 줄짜리 몽골 전통 현악기입니다. 이 악기를 기본으로 다른 전통 타악기, 개조한 첼로 및 베이스, 피아노, 실로폰과 함께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몽골 전통 멜로디 및 유명한 서양 음악 몇곡을 편곡해서 연주했습니다. 보컬이 곁들여진 음악도 몇곡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몽골식 throat song을 직접 들었을 땐 이게 정말정말 참 신기한데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목소리인지 휘파람인지 알수 없는 소리가 뱃속인지 목인지 알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느낌이었다랄까요… 어쩄든 그렇게 기기묘묘한 경험을 하고,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편안하게 호스텔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울란바타르를 떠날 날이 되니 해가 쨍하고 납니다. 러시아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 그야말로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사진을 여러장 건졌습니다. 국경검사도 듣던것 보다는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끝없이 몽골어로 무언가를 설명해주신 몽골 아주머니와, 제가 묵었던 열차칸에 시시때때로 찾아와 저를 괴롭힌 개구장이 러시아 소녀가 오늘의 기차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다음에 몽골에 올 일이 있으면 하이킹이나 캠핑 준비를 단단히 해서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광활한 대자연을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고비도 홉스굴 호수도 못보고 몽골을 떠나는 이번 여정은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의 숙소는 울란바타르 LG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더
# 오늘의 이동은 몽골 울란바타르-러시아 이르크추크, UB발 모스크바행 5호 열차, 약 27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