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협을 건너 샹그릴라로(II)
호도협을 건너 샹그릴라로, 아직 살아있습니다.
윈난의 마지막 여정은 티베트문화가 남아있는 소박한 마을 샹그릴라 입니다.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지상낙원 샹그릴라가 과연 어디인가 의견이 분분할 때, 발빠른 중국정부가 중뎬을 샹그릴라로 개명하고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천명한 이후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동네이지요. 까다로운 라싸여행을 대신해 티베트 문화를 맛볼수 있는 곳이기에, 중국의 다른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상업화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수 있지만, 그래도 제게는 이번 윈난 여행 중 방문한 가장 시골 촌동네이자 중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호도협 트레킹을 마치고 만신창이가 되어 샹그릴라에 도착하고 나니, 도저히 꼬불꼬불한 고성 골목 안에서 숙소를 찾을 자신이 없습니다. 할수없이 비싼 로밍요금을 감수하고 호스텔에 전화를 했는데, 제가 있는 곳으로 바로 데리러 오겠다는 친절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음날 제가 온수 사용시간이 끝난 후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두꺼운 이불을 하나 더 챙겨주기까지 했던 센스만점의 baita international inn의 주인아저씨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주인이 친절한 호스텔에서는 대체로 그곳에 묵고 있는 여행자들끼리도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숙소에 도착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그날의 저녁식사 약속 및 다음날 나파하이로의 자전거 여행이 뚝딱 결정됩니다. 이날 저녁에는 고성 내부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신선로 형태의 훠궈를 먹고 라이브 뮤직과 함께 파티를 구경하는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등산에 파티까지 끌려가느라 거의 사망직전까지 다다랐다가 일어난 다음날의 일정은, 건기에는 초원, 우기에는 호수로 바뀌는 나파하이 풍경구를 둘러보는 일이었습니다. 시장(티베트 자치구)을 자전거로 여행했다는 옆방의 한 중국인이 “자전거로 하루에 30km정도면 아주 칭송(쉬운,가벼운)하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길래 선뜻 따라가겠다고 나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었지만요….
오전 일정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같이 아점을 먹고, 동네에 있는 티베트불교 사원에서 동네사람들, 관광객들과 함께 힘을모아 마니탑을 돌리며 행운을 기원했습니다. 우리는 12시경 숙소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 나파하이로 향했습니다. 울퉁불퉁한 고성 길을 지나느라 엉덩이가 벌써부터 아픕니다. 중간에 체인이 빠졌는데 길가던 자전거 여행족들이 뚝딱 체인을 고쳐줍니다. 중국인들은 전부 자전거의 달인인걸까요? 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려니 민폐만 끼치는 기분입니다. 그럭저럭 나파하이 근처에 이르렀으나 물은 보이지 않고 초원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야크와 양, 말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평화로운 농촌마을을 구경하는 기분이 썩 괜찮았습니다.
슬슬 등에 땀이 나려 할 때 쯤, 길에서 합류한 베이징에서 온 언니가 작은 마을을 들어가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호수 한바퀴 도는 것도 힘들어죽겠는데 마을까지, 잠시 생각했으나 우물쭈물거리다 결국 마을 방향으로 자전거를 향합니다. 티베트 불교식 깃발이 휘날리는 하얀 탑 아래, 이빨이 하나도 없는 장족(티벳족) 할아버지가 앉아있습니다. 시장 여행경험이 있는 중국친구가 할아버지께 담배를 권유하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데, 할아버지로부터 자기 집에 가서 차를 대접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저보다도 보통화(표준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시골 할아버지의 집. 뜻밖에도 평면TV와 냉장고가 있는 현대화된 집입니다. 평소에는 차를 만들때 믹서기를 쓰신다면서, 우리를 위해 특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나무통에 재료를 넣고 으깨 차를 대접해 주십니다. 야크 치즈와 찻잎, 소금이 들어간 짭짤한 맛의 차는 입맛에 잘 맞지 않지만, 예의없게 굴고싶지 않아 연거푸 세잔을 마셨습니다. 차에 무엇인가 분말을 넣고 손으로 직접 반죽하여 만든 빵에 야크치즈를 곁들어 먹는 시늉도 제법 따라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저녁부터 다음날 내내 설사에 시달리고 있기는 합니다…
차 한잔 얻어먹고 다시 달리는 길, 초원이 호수로 바뀌며 풍경이 달라져 그나마 육체의 고통을 잊게 되긴 합니다. 안장 높이가 낮아서 더 힘들거라며 선뜻 자기 자전거와 바꿔주는 중국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돌아가는 길은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 오르막길. 경사가 심하지는 않지만 몇km나 계속되는 탓에 결국은 다리가 버티지 못하고 한참이나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산을 넘고 나서도 한참이나 시내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에는 자전거를 같이 탔던 베이징 언니, 각각 항주에서 온 두 친구와 함께 매운 훠궈를 시켜먹고, 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여정은 쿤밍, 베이징으로 이동해서 북쪽으로, 서쪽으로 가게 되겠습니다.
# 오늘의 이동은 샹그릴라에서 쿤밍, 버스로 12시간 소요
# 오늘의 숙소는 샹그릴라 baita international inn, 쿤밍 cloudland youth hostel
# by 나는컁 | 2013/07/04 19:10 | 대륙을넘어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답글입니다.
샹그릴라 이름부터가 상큼하고 발랄하구나. 그나저나 너가 하는건 정말 여행이네… 부럽다 부러워..
음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모 ㅎㅎ 그치만 자전거타기는 정말 여행을 넘어 고행급이었어 @_@ㅋㅋ
여기에 여행기가 올라온걸 몰랐네. 반갑다. 길 떠난지 벌써 13일째로구나. 시간을 껑충 뛰어넘네.
시간도 요일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네요.ㅋㅋ 여기에는 당분간만 올리고 다른나라로 옮기면 새로 만든 사이트에 다시 올리려고요 ㅎ